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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데이터야구, 야구 전략의 흐름을 바꾸다

by 뉴비의시선 2025. 7. 4.

야구는 더 이상 단순한 감각의 스포츠가 아닙니다. 과거에는 선수의 외형, 코치의 직관, 스카우트의 경험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전략이 승부를 가릅니다. 특히 데이터야구는 선수 선발, 경기 운영, 팬 경험까지 전반적인 야구 생태계를 혁신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데이터야구 도입 이전과 이후의 차이, 그리고 야구 전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1. 데이터 이전, 감과 직관 중심의 운영 방식

데이터 분석이 본격 도입되기 전까지, 프로야구는 ‘감’과 ‘경험’ 중심의 세계였습니다. 선수 스카우트는 외형, 인상, 특정 경기의 활약상에 크게 좌우되었고, 코치들은 오랜 경험과 육감으로 선수 기용을 결정했습니다. 타율, 홈런, 평균자책점(ERA) 같은 단순 지표 외에는 참조할 데이터도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비효율성과 불균형을 낳았습니다. 출루율이 높고 팀에 기여도가 높은 선수가 외모나 스타일만으로 저평가되거나, 스타성이 있는 선수가 실제 성과에 비해 과대평가되는 현상이 흔했습니다. 특히 중소 구단은 자본의 한계를 극복할 효율적인 방법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강팀과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미국 메이저리그 일부 구단은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데이터야구’입니다. 데이터를 통해 기존의 편견을 걷어내고, 실질적인 기여도를 수치화함으로써 효율적 전력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2. 머니볼과 세이버메트릭스의 등장, 야구의 판을 바꾸다

2002년,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리그 하위권의 연봉 총액에도 불구하고 20연승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그 배경에는 단장 빌리 빈(Billy Beane)이 이끈 ‘머니볼 전략’이 있었습니다.

빌리 빈은 기존의 감각적 스카우팅 대신, 출루율(OBP), 장타율(SLG), OPS(출루율+장타율)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력을 구성했습니다. 언론 노출이 적고 외형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이 전략의 중심이 되었고, 오클랜드는 ‘저비용 고효율’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 전략은 《머니볼》이라는 책과 영화로 대중화되었으며, 이후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라는 이름으로 각국 리그에 확산됩니다. KBO도 이를 받아들여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 등 고급 지표를 활용한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데이터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야구라는 스포츠의 전략적 성격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이었습니다.


3. 트래킹 시스템과 판정 기술, 데이터야구의 완성

야구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인 것은 바로 트래킹 시스템의 도입입니다. MLB는 2006년부터 PITCHf/x를 도입해 투구 속도, 회전, 궤적을 측정했고, 이후 Statcast 시스템을 통해 타구 속도, 발사각, 수비수 이동 거리, 주자 스피드 등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KBO도 2020년대 들어 트래킹 시스템을 도입하며 선수 육성, 전력분석, 중계 콘텐츠 강화에 트래킹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타자는 자신의 발사각과 타구 강도를 기반으로 타격 메커니즘을 조정하고, 투수는 피칭 전략을 데이터에 기반해 설계합니다. 수비 위치도 데이터에 따라 시프트 전략이 고도화되며, 모든 움직임이 과학적으로 분석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또한, AI 기반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의 도입은 심판의 오심을 줄이고 경기의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KBO는 퓨처스리그에서 시범 도입 후 2024년부터 일부 정규 시즌 경기에 ABS를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팬들 역시 공정한 판정 시스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피치 클락(Pitch Clock)은 투수가 일정 시간 내에 투구하도록 규정해 경기 속도를 빠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젊은 팬층의 시청 경험을 개선하고, 디지털 콘텐츠 소비 패턴에도 부합하는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4. 결론: 데이터야구는 전략 그 자체가 되었다

이제 야구는 데이터로 말하는 스포츠입니다. 선수 영입, 포지션 배치, 불펜 운영, 경기 전략 모두가 수치화된 데이터와 정량적 분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야구 팬들 역시 OPS, WAR, FIP, 트래킹 데이터 등 고급 지표에 익숙해졌고, 이를 기반으로 야구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즐기고 있습니다.

과거의 야구가 감과 경험 중심이었다면, 현재의 야구는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과 분석의 시대입니다. 앞으로는 AI 예측 기술, VR 훈련, 생체 모니터링 기술 등이 더해지며, 야구는 더욱 진보된 산업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데이터야구는 단순한 전략이 아닌, 현대 야구의 본질이 되었으며, 이는 앞으로도 야구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끄는 중심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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